10월의 마지막 날, 어제는 하루 종일 해가 들지 않은채 어둠이 가득차 장대비만 쏟아지더니 거리 가득 흩날린 낙엽이 발에 치인다.
이렇게 2009년 가을이 넘어가는구나.
10월 초 쯤이던가.. 막 가을이 느껴질 무렵, 신랑에게 눈물로 호소를 했었더랬지.
다른 계절은 몰라도 가을만은, 정말 가을만은 내가 눈물나게 아쉬워하는 계절이니 이 가을엔 잊지말고 나와 함께 가을을 느껴야 한다고... 다른 계절엔 나에게 무관심해도 이해할 수 있지만 가을만은, 정말 가을만은 안된다고 투정을 부렸더랬지. 결국은 골프 중계가 걸리는 바람에 신랑은 주말도 없는 가을을 보내고 있는.. 그는 알까? 내가 투정없이 2009년 가을이 끝나가는 것을 담담히 응시하고 있는, 그럴 수 있는 이유...
그건, 짧은 이틀이란 시간이지만 런던의 깊어진 가을을 가득 가슴 속에 담아 왔기 때문이다.
몇년전에던가 벌써 한 6년 전인가...2003년 혹은 2004년인가보다. 런던 세인트 마틴(Saint Martins)에서 1년 동안 패션 디자인을 배워보려 뉴욕에서 겁도 없이 날아갔던 때가. zone 3인 Tooting Broadway 기숙사에 머물던 런던 안개 만큼이나 아스라한 기억, 그리고 정말 지독했던 외로움.
프랑스 깐느 면세 박람회 출장 후, 런던을 한번도 못가보셨다는 이사님 덕분에 아스라한 런던의 그 기억, 다시 찾으러 갈 수 있었다. (10/22~23)
고민 끝에 잡은 호텔은 Russell Squre garden 바로 앞 Hotel Russell.
Hotel Russell




, 1-8 Russell Square, Bloomsbury, London, WC1B 5BE, UK
1900년에 찰스 돌이 지었다는 빅토리아 시대의 대형 호텔이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가?!! 붉은 색 테라코타의 이 건물 서쪽에 패버 앤 패버 출판사가 있었다 하는데 여기서 T.S.엘리엇이 1925년부터 65년까지 작품을 썼다고 한다.
런던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이런 게 아닐까? 거리 거리마다 역사의 스토리가 담겨있고 아직도 그 스토리를 느낄 수 있다는 것.

hotels.com 통해서 $220불 선에 single 룸 예약. 겉의 고풍스럽고 화려한 느낌과는 다르게 심플하고 모던한 룸이 마음에 든다.
호텔에서 도보로 3분 거리인 Russell Squre Station. 맨들맨들한 붉은 색 대리석 같은 느낌. 묘하다.
Piccadilly라인으로 Piccadilly circus까지 세 정거장으로 center에서 가까우면서도 한적한 느낌이 런던에 오는 사람들에게 이 동네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이다. 여기저기 Bed & Breakfast부터 상당한 크기의 호텔들까지 숙소 초이스가 다양한 듯. 아. 대영박물관도 걸어서 10분거리에 있다.
아...런던의 가을.
Russell Square Garden 곳곳에 가을 속에 흩어진 사람들. 아이들의 웃음. 마치 그곳이 원래 자리였던 듯 너무도 잘 어울리던 자전거 한대. 공원 노천 까페에서 마신 2파운드 가량의 까페 라떼 한잔의 여유.
잔디에 앉아 낮아진 시야로 바라보니 또 다른 세상.
서울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그 느낌.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 세상은 흐르고 나는 멈춰버린 섬이 되어 버린 느낌.
나는 그렇게 깊은 가을의 쉼표를 찍고 있었다.
6년 전에 보았던 그룹 Queen을 다룬 뮤지컬, We will Rock You가 아직도 공연이 계속되고 있었다. (Tottenham Court Road 역)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한 공연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 지속적으로 관객이 찾아온다는 것. 너무나 부러운 일이 아닌가!
Tooting Broadway 기숙사에 살 때 같은 층에 살던 동생 지혜를 만났다. Royal College of Arts에서 6년 전에도 그랬듯 아직도 미친 듯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그녀. 달라진 것이 있다면 19살 그녀가 이미 이십대 중반이 되었다는 것.
런던의 쌀쌀한 기운을 느끼며 Russell Square 근처 노천 까페에 앉아 밤이 깊어지도록 우린 Art라는 것이, Design이란 이 길이 얼마나 암울하고 기인 터널같은 것인지를 서글프게 얘기했다. 후회하는 듯, 다른 길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린 알고 있었지. 그런 서로의 넋두리가 어딘가 마음 속 깊은 동질감을 주고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고 있음을.
무얼 위한 것이든 미칠 수 있음이 아름답구나.
지금 나, 2009년 가을을 넘어서며 미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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